2025년 현재 한국 영화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별 관객수 격차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영화 관람률 차이는 산업적·문화적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최신 상영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 접근성이 확보된 반면, 지방의 영화관은 여전히 수익성, 인프라, 콘텐츠 다양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5년 현재 수도권과 지방의 영화 관람 격차를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분석하고, 향후 한국 영화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수도권 중심 구조의 현실: 관객수 70% 집중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적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영화 관객의 약 70%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수치는 코로나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수도권의 문화 소비 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에는 최신 상영관, IMAX, 돌비 시네마, 프리미엄 상영관 등이 밀집되어 있으며, 다양한 장르의 독립·예술영화까지 상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반면, 지방의 많은 도시들은 단관 또는 2~3관 규모의 소형 영화관이 대부분이며, 대형 체인관 중심의 상영 구조로 인해 콘텐츠 다양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또한, 수도권은 문화 마케팅과 이벤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사회, GV(관객과의 대화), 영화제, 프리미어 행사 등 대부분의 영화 관련 행사는 수도권에서만 개최되어, 관객과 제작자 간의 교류 기회가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방 관객들은 최신 개봉작을 관람하기까지 시간적 지연을 겪거나, 일부 작품은 아예 상영되지 않는 현실적 제약을 겪습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의 관람 기회는 ‘선택의 다양성’이지만, 지방은 ‘제한된 선택’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지방 영화관의 현실: 인프라와 콘텐츠의 한계
지방의 영화 소비 환경은 여전히 많은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첫째, 인프라 문제입니다. 지방 중소도시의 영화관은 시설 노후화와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리뉴얼이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신 상영 기술을 지원하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둘째, 콘텐츠 다양성의 부족이 문제입니다. 대형 배급사의 상업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 시간을 차지하면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설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일부 영화관에서는 흥행이 예상되지 않는 작품을 아예 상영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이는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지역 문화 지원 정책의 한계도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산 중 영화 관련 지원은 전체 예산의 1~2% 수준에 불과하며, 영화제나 지역 상영회조차 불규칙적으로 개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일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시민 주도형 영화관이 등장하고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가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로컬 시네마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의 독립극장 ‘영화로운 하루’나 강릉의 ‘바다극장’은 지역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상영, 토론, 문화체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지방도 충분히 관객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중앙 중심적 산업구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미래 전략
2025년 이후 영화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격차 해소가 필수 과제입니다. 첫째, 공공-민간 협력형 상영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 중인 ‘로컬 상영관 연계 프로젝트’처럼, 중소도시와 독립 영화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공동 배급하는 시스템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둘째,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수도권 작품을 지방에 배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와 정서를 담은 영화 제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산국제영화제의 ‘커뮤니티 비프’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영화 제작 프로그램은 지방 영화 생태계를 강화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셋째, 디지털 전환 기반의 접근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VR 시사회, 온라인 지역 상영, 실시간 라이브 토크 등의 형태로 물리적 거리 한계를 넘어서는 영화문화 향유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OTT 플랫폼과 협업한 ‘지역 프리미어 상영’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지방 관객이 수도권과 동시대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대학과 청년 창작자들이 중심이 되는 로컬 영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영화 제작 교육, 로컬 스튜디오 지원, 지역 영상 인프라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문화 균형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단순히 영화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접근권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해야만 한국 영화산업은 진정한 의미의 전국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 한국 영화 시장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여전히 뚜렷합니다. 그러나 이 격차는 극복 불가능한 벽이 아닙니다. 지역의 창의적 시도와 공공의 지속적 지원이 결합된다면, 전국 어디서나 ‘같은 시기,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앞으로의 영화 산업은 단순한 상업적 흥행을 넘어, 모든 지역이 문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영화 생태계로 발전해야 합니다.